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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봄이 왔습니다

관리자 2019.04.13 14:07 조회 수 : 14

우리 집에 봄이 왔다

이리도 둔감해 진걸까,,

봄이 온 소리를 이틀이 지나야 들을 수 있었다

 

이년 전 뒷마당에 심어둔 채리 나무도

벌써부터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내었는데

봄이 찾아온 소리는 너무 낯설게 들려졌다.

 

얼마나 추었는지..

얼마나 굶주렸는지..

가을햇빛에 말라버린 나뭇가지 같은 몸으로

녹슨 프로판 가스그릴을 덮어둔 덮개 속에

움츠려 울고 떠는 새끼 고양이와 마주쳤을 때

그제야 봄이 온 것을 알았다.

 

다급한 맘에 우리 집 강아지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주고 나니

이제부터 자기 집인양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입술로는 걱정을 말하지만 얼굴에는 환한 웃음으로 답하는 아내를 보면서

이름이나 한 번 지어 보라고 내키지 않은 척 물어보니

별 고민 없이 봄철에 찾아왔다고 이 새끼 고양이를 봄이(보미)라 부르자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떻게 길고양이 새끼가 우리 집 담장 넘어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기 보다는 신기한 생각에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니

이젠 밥달라고 큰 소리, 졸리다고 잠투정까지 한다.

 

봄이 온 그 다음날 아침

동네에서 가장 좋다는 동물 병원에 들러서

필요한 모든 진단과 백신 주사를 맞히고 보니

측은했던 어린 고양이가 아닌 돈 먹는 하마처럼 보인다..

아마도 봄이가 몇 번의 아픈 주사를 잘 참고 맞았던 이유라면 

순간의 고통이 일생의 행복이 될 것이란 본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봄이를 보니

나랑 닮은 점 하나가 보여 진다.

주인 잘 만난 것!

하지만 새끼 고양이 보미가 이를 알지 못하듯

나 또한 내 삶의 전부가 되신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어찌 다 알리요..

 

오늘 밤 나는, 날 닮은 어린 보미를 가슴에 품고

깊은 단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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